[출처: 중앙일보] [서소문사진관] 눈으로 먹는 수제사탕 '비틀버그'
공동대표인 민·남씨는 중학교 때부터 인연을 쌓아온 친구다. 대학 때 호주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멜버른에서 유명 브랜드인 캔디샵 '슈가'를 만났다. 남대표는 이를 보는순간 무릎을 쳤다. 한국에 돌아가면 수제 캔디샵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가진 돈 한푼 없었는데 의욕만 앞섰던 시기었죠."라며 웃었다.
수제 캔디에 매료된 그들은 3개월동안 무작정 '슈가'의 셰인 힐스(42) 대표를 따라다녔다.
"캔디샵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와 비전, 전략 등을 정리해서 보여줬어요. 3개월쯤 지나자 호주대표가 초콜릿숍에 들어가서 일해보겠냐고 물었죠. 그때부터 우리의 수제 사탕 기술을 배우기 위한 긴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두 한국 청년의 열정에 감동한 힐스씨가 마침내 기회를 준 것이다. "악착같이 일을 했습니다. 일이 끝나면 사탕시장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했고, 힐스씨에게 제조와 판매를 개선 하기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제안했어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둘은 결국 허락을 받고 1년 6개월만에 수제사탕 주방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사탕제조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남대표는 "이일은 가르쳐 주는 곳도 없고, 책도 없어요. 도제식으로만 배울 수 있어요. 기술을 배우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사탕을 잘랐을 때 단면의 모양과 사탕 안에 세밀한 문양을 만드는 일은 고난도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했다. 꼬박 5년 동안 사탕 만드는 일에만 전념했다. "단순히 돈만 벌 생각이 었다면 기술만 배워서 왔겠지요. 보다 맛있고 품질이 좋은 사탕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됐다' 싶을 때까지 노력을 했습니다."
두 청년은 지난해 9월 호주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호주에서 모은 돈을 털어 홍대입구에 수제사탕 전문점을 냈다. 힐스씨가 창업비용을 투자 할테니 프랜차이즈 계약을 하자고 제안했다. 고마운 일어었지만 사양했다. 독자브랜드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슈가 대표는 둘을 만나기 위해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 이제 시작합니다."
오늘은 기업에서 주문한 사탕을 만드는 날입니다. 천연색소를 사용해 원하는 색과 문양을 넣을 겁니다."
"손 곳곳이 상처 투성이예요. 뜨거운 설탕물에 데여서 생긴 영광의 상처입니다. "라며 자랑스러운 듯 웃는다. "김밥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원리에요. 항상 입체로 된 결과물을 예상해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DA 300
사탕만드는 기술의 핵심은 사탕반죽을 늘일 때 균일한 굵기로 뽑아내는 것이다. 당기는 힘이 일정하지 않으면 사탕 안의 글씨나 문양이 잘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재료를 못쓰게 된다. 엿가락 모양의 '설탕반죽' 이 두 대표의 손길을 받아 수천개의 사탕으로 태어났다. 사탕에는 'I ♥ U', 'thnak you' 등의 문구와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색색의 반죽 덩어리를 조합해 만들어낸 것이다.
"부모님 도움을 받지 않고 우리 힘으로 하나씩, 하나씩 꿈을 실현시켜 나갔습니다." 민대표는 아직 개업한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업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비틀버그'의 꿈은 입으로, 눈으로 먹는 사탕을 만드는 일이다. 달고, 맛있고, 재미있고, 감동을 주는 사탕으로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사진·글 전민규 기자·jun.minkyu@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서소문사진관] 눈으로 먹는 수제사탕 '비틀버그'